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


Legionaries of Christ

그리스도의 열정적인 사도가 될 제자들을 교육하고 양성하여,온 세상에 그리스도의 나라를 선포하고 설립하고자 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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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시 [레늄 산책길] 2025년 11월 14일(금) 25-11-14




살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고통과 시련의 시간들에 마주하게 됩니다.

저도 물론 예외일 수가 없겠지요.


어느 날 불청객처럼 갑자기 찾아오는 고통 앞에서 정신 못 차리며 시간을 허비하다가 문득 눈앞에 몇 년째 방치되어 쓰지 않는 물건들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어요.

마음도 심란하기도 해서 두 팔 걷어붙이고, 정리란걸 했지요. 짬짬이 시간 날 때마다 안 쓰는 물건들을 비우면서 하나둘씩 정리된 빈자리들을 보니 마음 한켠에 평온함과 약간의 행복감도 생기더군요.


그러다가 제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.


'나에게 비워낼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…?'


세상의 집착, 욕심, 교만, 미움, 나태, 나약함.. 너무나 많은 짐들로 포화 상태인 제 공간에 하느님께서 편안하게 머무르실 자리는 안 보이더군요.

이런 상태로 늘 입버릇처럼 주님께서 늘 내 안에 머무르시길 기도하고 있다니...

그래서 제 안에 이 너저분한 짐들을 조금씩이라도 비워내려고 나름의 노력은 했지만, 마음먹은 대로 쉽게 놓아지지가 않았어요.


그런데 신기하게 그 고통의 시간이 더 깊어지고 길어질수록 조금은 멀게만 느껴졌던 주님과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제 안에 주님의 자리가 더 커짐을 느꼈습니다.


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일상의 소중함, 무심히 지나치는 사소한 것들에 대한 감사함, 그리고 제 주위의 모든 사람을 더 사랑하고 싶은 뜨거움을 그 고통의 시간들을 통해서 주님의 사랑과 위로로 저를 깨우쳐 주시고 또한 정화시켜 주시는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.


– 이선영 글라라, 레늄 평신도 회원